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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반짝였던 날을 떠올려 보라면,
아마 나는 ‘운동화 한 켤레’를 떠올릴 것이다.
그건 크리스마스도, 생일도, 졸업식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봄날, 어머니 손을 잡고 시장 골목을 걷던 날이었다.

어릴 적 우리는 정말 가난했다.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나는 고무신을 신었다.
까맣게 닳은 고무신, 발목을 감싸지도 못하는 그 신발은
비 오는 날이면 미끄럽고, 겨울엔 발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불평한 적은 없었다. 다들 비슷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공지가 붙었다.
반 대표로 달리기를 나가야 했던 나는
그날따라 더 발이 아팠고, 고무신 끈이 헐거워졌다.

그날 밤 어머니는 말없이 내 발을 씻기셨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계셨던 어머니는
“내일 장날인데, 너 하나 사줄까 싶다”고 툭 내뱉으셨다.

나는 반신반의했다.
그때 우리 집 형편에 새 신발은 사치였다.
그런데 다음 날, 정말 어머니는
푸른 비닐봉지에 담긴 하얀 운동화 한 켤레를 내게 건네주셨다.

나는 그 운동화를 처음 열어봤을 때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종이로 가득 찬 신발 속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발을 넣던 순간, 나는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그 운동화는, 단순한 신발이 아니었다.
나라는 존재를 어머니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증거였고,
세상이 나를 조금은 품어준다는 위로였다.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던 날,
친구들보다 발이 더 빠른 것도,
경주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운동화가 발에 꼭 맞았고,
그날 하루만큼은 걱정 없이 뛸 수 있었던 자유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이름 있는 브랜드의 신발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비싼 신발도
그날 어머니가 사준 그 하얀 운동화만큼
내게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감정을 준 적은 없었다.

가장 반짝이는 순간은 화려하지 않았다.
가장 따뜻했던 기억은 조용히 내 발을 감싸주던 운동화 한 켤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