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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5년 동안 분식집을 운영했다.
시작은 조그만 시장 골목 구석이었다.
처음엔 하루 손님이 다섯 명도 안 됐고,
떡볶이도 라면도 레시피를 찾아가며 배워가던 수준이었다.

그래도 손으로 장사했다.
하루하루 반죽하고, 육수 내고, 재료 손질하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맛, 따뜻한 인사를 전하려 애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손님도 하나둘 늘고,
시장 사람들과도 얼굴을 트게 됐다.
단골들이 생기고, 아이 손 잡고 오던 엄마들이
언젠가는 아이를 혼자 보내고,
그 아이가 커서 여자친구와 함께 오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임대료 인상, 물가 상승…
하루 매출이 만 원도 안 되는 날이 늘어났다.
나는 매일 장부를 보며 버틸 수 있는 날짜를 세어야 했고,
결국,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폐업 전날, 마지막으로 가게 정리를 하면서
앞치마를 벗고 조용히 불을 끄려던 그 순간.
카운터 위에 작은 종이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모, 고등학생 때 여기서 먹은 김밥 맛은
지금도 못 잊어요.
늘 고맙고, 따뜻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꼭 다시 만나요.”

나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가게 문을 닫는다는 건 단지 장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을 접는 일이다.
그것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냄새, 같은 사람들과
하루를 열고 닫던 그 공간을.

그런데, 그 메모 한 장이
내가 그동안 헛된 시간을 보낸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내가 만든 음식이 누군가의 기억이 되었고,
내 인사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다는 것.

나는 그날 이후로
장사는 끝났지만, 사람 사이에 남긴 온기는
끝나지 않는다는 걸 믿게 됐다.

메모는 지금도 내 지갑에 들어 있다.
어떤 상장보다, 어떤 돈보다
더 소중한 내 15년의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