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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날

장마철 비닐집 앞에서 아들이 해준 말 한마디는 내 인생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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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하자
댓글 0건 조회 32회 작성일 25-05-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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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장마가 시작되면 며칠이고 해가 뜨지 않았고,
습기와 곰팡이 냄새가 집 안까지 스며들었다.

우리 가족은 시 외곽 비닐하우스 옆 작은 집에서 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집’이라고 하긴 어려운 공간이었다.
낮에는 바깥보다 더 덥고,
밤이면 벌레 소리와 빗소리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곳은 땅값이 싸고,
당장 머물 공간이 급했던 우리 가족에게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나는 낮엔 막노동, 밤엔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며
두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데 집중했다.

그날도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일찍 끝난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닐지붕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들을 봤다.

비를 피하고 있던 것도,
누굴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닌,
그냥 앉아서 비를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

나는 장화를 벗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밖에 있어. 안에 있지.”

그러자 아들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빠, 그래도… 우리 집은 비 안 새잖아.
옛날엔 양동이 받아야 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칭찬도, 불만도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이었는데,
나는 그 안에 담긴 감사와 체념과 따뜻함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걸 느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이 집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창문도 없고, 콘크리트 벽도 없는 이 공간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이 덕분에
나에게도 잠시 안식처가 되었다.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삶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그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는 걸.

그날, 장마철 비닐집 앞에서 들었던
그 짧고 소박한 말은
내가 다시 버틸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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