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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처음 음악실에서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을 때,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음악실 문 앞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우리 집 형편은 악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공부나 해라”라며 단호히 말했고,
결국 내 바이올린은 종이로 만든 상자 안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

그 후로 나는 꿈을 잊고 살았다.
공부하고, 일하고, 가족을 꾸리고,
어느새 환갑을 넘긴 지금까지도
나는 단 한 번도 악기를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동네 문화센터 게시판을 보게 됐다.
“시니어 클래식 입문반 – 악기 무료 대여, 초보 환영”

그 문구가 눈에 들어왔을 때,
가슴 한켠이 다시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망설였다.
지금 이 나이에? 악보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날 저녁,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나… 바이올린 배워볼까 해.”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 수업 날, 악기를 들고 손이 떨렸다.
활을 잡는 법도 몰랐고, 음이 삐걱거리기 일쑤였지만
내가 바이올린을 처음 손에 쥐던 순간,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강사님은 말씀하셨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진짜 시작하기 좋은 때입니다.”

지금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듣는다.
조용한 집 안 거실에서 악기를 조율하며,
가끔은 미숙한 음을 내고, 가끔은 놀랍도록 맑은 소리가 나온다.

그건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건 내가 한때 접었던 꿈이 다시 살아 숨 쉬는 소리다.

60대에 악기를 다시 잡고 느낀 건,
꿈은 멈춘 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음악실에서 첫 활을 긋던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였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시 멀어져 있는 것이라는 걸
나는 지금도 조용히, 매주 다시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