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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여섯 살 딸과 세 살 된 고양이가 함께 산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고양이가 아이 손길을 불편해하지 않을까,
아이가 고양이를 다치게 하진 않을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둘은 생각보다 잘 지냈다.
고양이는 아이가 다가가면 조용히 피해줬고,
아이는 고양이가 자고 있을 땐 괜히 이불을 덮어주기도 했다.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일 저녁이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무언가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들어오자마자 말없이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훌쩍이던 그 모습이
왠지 더 마음 아팠다.

나는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잠시 후 아이가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그때 고양이가 느릿하게 다가와
아이 곁에 앉더니,
조심스럽게 앞발을 아이 무릎에 올렸다.

처음 보는 행동이었다.

아이는 잠깐 놀란 듯하더니
고양이를 바라봤고,
고양이는 아이의 무릎 위에
자기 몸을 슬쩍 기대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가만히 있었다.

아이는 고양이를 안아 올리지도, 쓰다듬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히 고양이 옆에 기대 앉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울음을 멈췄다.

나는 그 장면을 부엌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말도 하지 못하고,
감정이라는 걸 표현하지도 못할 것 같던 동물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고양이를 ‘반려동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 중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아이도 그 이후로
“우리 고양이는 내가 슬플 때 와주는 애야”라고 말하곤 한다.

사람은 사람의 감정을 위로하는 데
때로는 말이 필요하지만,
고양이는 그저 존재만으로
그 순간 아이에게 조용한 힘이 되어주었다.

지금도 아이가 힘들어 보일 때면
고양이는 늘 조용히 곁을 지킨다.

말이 필요 없는 위로.
그게 진짜 가족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