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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밥을 주고, 배변을 치우고, 놀아주는 것쯤이라고 생각했었다.
처음엔 아이가 원해서 입양한 것이었고,
우리는 서로 돌아가며 돌보는 정도였다.

산책은 처음엔 번거로운 일이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리드줄을 챙기고,
강아지를 데리고 아파트 주변을 도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아지 산책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 가족의 저녁 풍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내와 번갈아 나갔지만,
언제부터인가 딸이 같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딸은 강아지와 뛰는 걸 좋아했고,
나는 그런 딸을 보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산책 시간은
누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TV 소리를 틀지도 않는
오롯한 ‘대화의 시간’이 됐다.

하루에 20분 정도였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에 대한 말이 많아졌다.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뭐 했어?”
“엄마가 요즘 피곤하대.”
“아빠, 나 요즘 이 생각 자주 해.”

우리는 서로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오랜만에 알게 됐고,
그 중심에는 늘 강아지가 있었다.

강아지는 앞서가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 걷는다.
누군가는 리드줄을 잡고,
누군가는 간식을 챙기고,
누군가는 강아지가 누군가에게 짖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그 모든 순간이
우리 가족이 한 방향을 향해 함께 걷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저녁 산책이 가족의 습관이 되었다.
어느 날 비가 와서 산책을 못 나간 날엔
딸이 말했다.

“우리 뭐라도 같이 해.
강아지 없으면 우리, 저녁엔 말 안 하잖아.”

그 말을 듣고 웃었지만,
속으론 조금 찔렸다.

우리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반려동물을 얻은 게 아니라
가족 사이의 시간을 다시 얻었다.

그 시간은 조용하지만,
아무 말 없어도 따뜻한 기운이 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은
작은 강아지 한 마리와 리드줄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