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동안 안보기

소중한것

저의 20대 마지막 해에 나에게 선물한 첫 명품 시계, 그때의 떨림은 잊을수없습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다하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5-05-23 14:30

본문

스물아홉.
그 숫자는 어딘가 애매하다.
아직 청춘이라고 하기엔 책임이 늘었고,
어른이라기엔 여전히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다.

그해 나는 내내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취업을 했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다음 단계’에 대한 압박 속에서
마음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문득,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남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닌
나를 위한 ‘확인서’ 같은 것.

고민 끝에 나는
오랫동안 바라만 봤던 명품 시계를 떠올렸다.
잡지에서, 드라마 속에서,
성숙하고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이 차고 있던 그 시계.

매장에서 조심스럽게 손목에 시계를 얹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마치 조금 더 책임 있어 보이고,
조금 더 ‘나중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시계를 구매한 날,
나는 포장을 풀지 않고 그날 밤까지 그냥 지켜만 봤다.
작은 상자 안에 담긴 건 시계가 아니라
지금까지 열심히 버텨온 시간과,
앞으로를 살아갈 나에 대한 작은 믿음이었다.

그 시계를 처음 차고 출근했던 날,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지만
내 마음은 전과 달랐다.

보고서 한 줄을 고칠 때도,
회의실 문을 열 때도,
손목에 차인 그 무게가
“넌 준비되어 있어”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시계를 찰 때면
그해의 고민, 노력, 그리고
스스로를 처음으로 ‘인정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시계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내 20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당당하게 넘겨준 증거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건 1 페이지

검색

회원 로그인

포인트랭킹

1 보오인 425점
2 다하자 300점
3 애드로 204점
4 별말을 105점
5 다함 100점

검색랭킹

접속자집계

오늘
41
어제
47
최대
168
전체
1,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