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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친정에 갔던 날이었다.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손에 작은 쇼핑백 하나 들고,
어느 때처럼 평범한 방문이었다.

엄마는 마당에 나와 계셨고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늘진 얼굴에 반가운 웃음이 번졌다.

“뭐가 이렇게 말랐어, 너?”

언제나 그 인사는 변하지 않는다.
밥은 잘 먹냐, 잠은 잘 자냐,
결혼해서도 아이 낳아도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딸이다.

그날따라 나는
며칠 전 구입한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괜히 보란 듯한 느낌일까 봐,
혹시 엄마가 뭐라 하실까 봐.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거실에 앉아 물 한 잔을 마시고 있을 때,
엄마가 조심스럽게 내 가방을 바라보셨다.

“가방… 참 곱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응… 이거, 좀 무리해서 샀어.
오래 쓰려고.”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슬쩍 손을 뻗어 가방을 만지셨다.

“야… 이런 건
우리 때는 누가 사줘야만 있었지.”

그러곤 한참을 가방을 쓰다듬듯 만지셨다.
그 손길이 참 오래 머물렀다.

그 순간, 이상하게
내가 뿌듯한 게 아니라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건 단지 가방 때문이 아니었다.
엄마는 내가 내 손으로 무언가를
온전히 사서 들고 온 모습이
기특하고 예뻐 보였던 거다.

그날 이후 나는
그 가방을 볼 때마다
그날 엄마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니가 커서,
이런 것도 고를 줄 알고,
네 돈으로 사는구나.”

그건 가방보다도 더 값진 말이었다.

명품 가방은
내게 처음으로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걸
가장 따뜻하게 인정해준 사람이
엄마였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