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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물건을 고를 때
항상 ‘남들이 어떻게 볼까’를 먼저 생각했다.

옷을 고를 때도,
가방을 들 때도,
화장을 할 때조차
어디까지나 기준은 ‘시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스타일보다
무난한 걸, 튀지 않는 걸 먼저 고르게 되었고,
그게 편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 귀금속 매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작고 단아한 명품 귀걸이 한 쌍.

보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평소 귀걸이에 관심 없던 나였지만
그 귀걸이만큼은 유독 오래 들여다봤다.

직원이 “귀에 한번 대보시겠어요?” 하고 권했을 때,
솔직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거울 앞에 선 순간,
익숙한 내 얼굴이
조금 다른 분위기로 바뀌는 걸 느꼈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은,
딱 ‘나’ 같았다.

그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누군가가 알아보지 않아도,
SNS에 올릴 일이 없어도,
내 눈에 예쁘고, 내가 만족스러우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 귀걸이를 샀다.

집에 돌아오는 길,
포장된 작은 상자를 보며
괜히 몇 번이나 열어봤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그건 단지 액세서리가 아니라,
내 안에서 무언가가 바뀌는 조용한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귀걸이를 자주 착용했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출근길에도, 주말 장보러 갈 때도.

아무도 눈치채지 않을지라도
나는 내가 마음에 드는 날이 늘어났다.

예쁘다는 건 누가 보증해줘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걸
그 귀걸이 하나가 알려줬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조금 더 따뜻하게 바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