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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날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출근 첫날보다도, 명함을 처음 받던 날보다도
나는 그날을 더 생생히 기억한다.

은행 계좌에 처음으로 월급이 찍히던 날,
나는 가만히 휴대폰 화면을 몇 분간 들여다봤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나의 시간과 노력, 자존심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용돈을 받으며 살아왔고,
필요한 물건도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삶에서
처음으로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생긴 날이었다.

그날 오후, 나는 조용히 백화점으로 향했다.
크고 화려한 것도 아니고, 유행하는 디자인도 아니었지만
오래도록 눈여겨본 깔끔한 명품 지갑 하나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매장에 들어서며 한 번,
지갑을 집어 들며 두 번,
결제를 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에 내 카드를 꽂을 때 세 번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사치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그건 단지 ‘지갑’이 아니라,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처음으로 보내는 인사 같은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쇼핑백을 들고 지하철에 앉아 있었다.
누구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누구도 내 손에 들린 가방의 브랜드를 몰랐지만,
나는 그 순간 어깨가 조금 더 펴졌다는 걸 느꼈다.

자존감이라는 건 꼭 대단한 성취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었다.
나를 위한 조용한 소비 하나로도
내 안의 나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됐다.

지금 그 지갑은 사용한 지 몇 년이 되었고,
모서리는 닳고, 가죽은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지갑을 열 때마다
나는 첫 월급날의 그 기분을 다시 떠올린다.

그날, 나는 단순히 지갑을 산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 인생에 ‘내가 주인공인 순간’을 선물한 날이었다.